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독일 출신의 귄터 블로벨 미국 록펠러대 분자생물학 교수(63)가 상금을 전쟁으로 파괴된 독일 드레스덴의 건물을 복구하는 데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미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금 96만달러(약 11억5000만원)를 받으면 ‘드레스덴의 친구들’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제2차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파괴된 구동독의 도시 드레스덴 복구비용을 조성하기 위해 그가 95년 만들었다. 현재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블로벨교수는 “드레스덴 폭격은 유럽 건축사상 유례가 없는 커다란 손실”이라며 “상금은 프라우엔키르케 교회와 드레스덴 유태교 회당 등을 복구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드레스덴 복구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 36년 독일령이던 실레지아의 발터스도르프(현 폴란드령)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에게 드레스덴은 아름다운 건물과 유적으로 가득찬 ‘꿈의 도시’였다. 하지만 8세 때인 43년 드레스덴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철저히 파괴됐다. 블로벨은 11일 “나는 가까운 곳에서 드레스덴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보다 더 큰 충격은 아직 없었다”고 회고했다.
블로벨은 전후 서독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와 80년대 중반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