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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기도/'차베스개혁'의 앞날은…

입력 | 1999-10-13 19:34:00


올 2월 취임한 남미 베네수엘라 차베스대통령은 ‘신 베네수엘라’를 외치며 엄청난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의회와 사법부에 대한 혁명적 개혁에 나섰다. 이에 저항해 대법원장이 사표츨 제출했다.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국민은 국가를 엉망으로 만든 기득권 세력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차베스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취임후 경제가 악화돼 실직자가 60만명이나 늘어났음에도 차베스는 여전히 80%에 달하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창설한지 1년도 안된 차베스 대통령의 ‘애국지주연합’은 7월 제헌의회 선거에서 128석 중 120석을 차지했다. 이같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야당이 지배하는 기존 의회와 정면 대결하며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의회와 대법원은 개혁 대상이고 40년간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헌법은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46살의 차베스 대통령은 공수부대 중령 출신으로 92년 2월 1000여명의 군인을 이끌고 빼레스 정부의 부정부패 청산을 외치며 유혈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해 2년 옥고를 치렀다. 98년 12월 선거에서는 56.2%라는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력으로 정권장악에 실패한 군인이 표로써 정권을 잡은 셈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인구 2400만명의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며 세계 3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4165달러(98년)로 중남미에서 상위에 속한다. 국민의 70%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한다.

‘황금의 벤치’에 앉아있는 거지가 바로 베네수엘라였다. 차베스는 그 거지에게 ‘황금의 벤치가 못된 정치인들의 것이 아니고, 바로 당신 것’이라고 얘기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개혁은 국내 기득권세력과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15일 방한하는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170년 역사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최초의 국가원수이다. 이번에 3주간에 걸친 차베스 대통령의 11개국 순방은 외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산적한 국내 문제를 제쳐놓고 이처럼 장기간 외국을 방문하는데는 2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교류를 보다 활성화함으로서 경제적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차베스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급속한 정치 개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의 폭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차베스는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여론을 확보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차베스 혁명’이 이제 막 시작돼 새로운 미래에 대한 베네수엘라 민중의 희망과 바램이 차베스의 두 어깨에 걸려 있다. 21세기를 문 앞에 두고 미국과 베네수엘라, 넓게는 미국과 중남미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한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송기도(전북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