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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가면 즐겁다]경기도 양평일대

입력 | 1999-10-14 18:26:00


가을 햇살에 빛나는 한강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아내와 아이는 신이 나서 재잘재잘…. 차창을 조금 여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가 폐부까지 빨려 들어가므로.

차를 세운다. 혀가 ‘웬 별미?’라고 놀랄 정도의 음식과 향기로운 차(茶)가 기다리고 있다. 함포고복(含哺鼓腹)하며 돌아오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림을 감상하거나 도자기를 빚어보면 어떨까. 음식과 문화, 요리와 재미, 펀 앤드 푸드(Fun & Food)가 어우러진 주말을 만드는 것은?

동아일보 음식팀은 8,9일 경기 양평군 일대를 취재했다. 10여개 갤러리와 6800여개 음식점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의 공존. 하나둘 문화공간이 생겨나면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도 늘어나는 곳이다.

바쁜 독자를 위해 음식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 2곳, 시간은 걸려도 정통을 추구하는 ‘여유파’를 위해 별미집 2곳과 갤러리 카페 리스트(표)를 소개한다.

비용은 2인 기준 5만원선(자동차기름값 1만원, 음식값 3만원, 차값 1만원). 시간은 왕복 5,6시간 정도.

▼동시에 즐긴다

만화속 ‘스머프 마을’에 온 듯한 종합예술공간 예마당(0338―774―0307). 용문사 은행나무,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함께 양평군에서 추천하는 3대 명소다.

신라호텔 출신 주방장이 만드는 양식도 좋지만 버섯요리가 일품이다. 산채비빔밥(8000원), 잔치국수(6000원) 등 한식도 인기. 도토리 묵(무료)에 동네 할머니가 만든 동동주(8000원) 한 잔하면 ‘내가 신선’.양식에는 와인이 서비스로 나온다.

토,일요일 오후 4시, 밤9시 판토마임 공연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듯. 자녀가 도자기 교실(흙값 5000원)에서 도예를 배울 동안 부부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100대 주차.

왼쪽은 갤러리, 오른쪽은 레스토랑인 아지오(0338―774―5121). 프랑스 남부나 이탈리아 북부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가장 자신있게 내놓는 메뉴는 정통 이탈리아식 라자냐(9000원). 살짝 익힌 한우에 상큼한 소스를 얹은 너비아니 즉석스테이크(1만4000원)도 일품이다. 식사 후에는 영국 왕실에서 즐겨 먹는다는 얼 그레이 홍차(4000원)로 마무리한다. 맛과 분위기에 비해 음식값이 저렴한 편.

갤러리에선 11월4일까지 ‘자연―그 모색전’이 펼쳐진다. 화가 출신 큐레이터인 손갑환씨에게 그림 설명을 청할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좋지만 자녀 교육의 장으로도 그만. 양평버스터미널에서 전화하면 무료 셔틀차량을 보내준다.

▼별미를 즐긴다

‘우리 몸에 약이 되는 자연음식 전문점’이란 부제를 단 ‘산당’. 산채요리가인 주인 임지호씨가 자연에서 채집한 약초 꽃 열매로 만든 음식이 나온다.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메뉴지만 늘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산채코스 정식(1만∼3만원)과 산당 자장 정식(1만원)이 인기메뉴. 특히 자장 국수는 녹차가루를 섞어 임씨가 직접 반죽해서 뽑아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별미. 도예가 이숙인씨의 작품에 음식을 담아준다.

모든 정식에는 고사리 두릅 등 갖가지 나물과 전이 나온다. 피와 머리를 맑게 해주는 대추차와 미나리, 신선초 뿌리, 솔잎을 이용한 각종 발효차도 5000원대에 맛볼 수 있다. 황토벽 통나무 장독 박넝쿨이 있고 닭 오리가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주변 풍경도 소박하고 정겹다.

전통음식점 ‘억만장자’는 주인 박순옥씨가 25년 종가집 시집살이를 통해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집.

술찌꺼기를 먹여 기른 한우로 만든 꼬리찜(4인분 3만5000원)이 별미. 전통 김치손만두 등을 맛배기로 준다. 10년전 가격 그대로인 만두전골(4인분 2만원)과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다는 손냉면(3000원)도 진미. 약초를 넣고 자연발효시킨 전통 민속주 한잔은 서비스로 나온다.

〈양평〓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