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물리학과 노태원(盧泰元)교수 등 전이(轉移)금속 산화물 연구팀 6명이 F램 제작시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인 BLT(비스무트란탄티타늄 산화물)개발에 성공했다는 보도다. 특히 얼마전 서울대 핵공학 실험실 폭발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연구조건과 실험환경에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고 하겠다. 8년에 걸친 노교수와 젊은 물리학도들의 집념과 그간의 노고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BLT는 차세대 반도체의 대표주자인 F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제작단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신소재. 관련업계에서는 이 신소재의 개발로 2000년에 약 30억달러, 2004년에는 약 15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F램의 세계시장을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기존 D램의 경우에서 보듯 우리 반도체가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원천물질의 특허가 없어 매년 전체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신소재 개발이 앞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와 함께 국내 반도체산업의 수익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F램은 현재 세계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D램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F램은 정보를 기억하는 소자(素子)인 ‘커패시터’(capacitor·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에 강유전체(强誘電體)를 이용해 기존의 D램(대용량 저장) S램(고속 정보처리) 플래시 메모리(데이터 소멸 방지)의 장점을 함께 갖추고 있다. 다만 기존의 강유전체가 반복사용할 때 성능이 떨어지고, 제작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온도가 너무 높아 F램 제조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번에 서울대 노태원교수팀이 이 두 가지 단점을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신소재 개발이 상품의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할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신소재 개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갖는다.
이와 같은 신물질을 개발하려면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 차원의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두뇌 한국(BK)21’사업으로 연구지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IMF 이후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 역시 크게 축소됐다.
이번 신소재 개발은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의 계기도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