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월성원자력 발전소의 중수누출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방사능 유출 등 원전사고시 피해가 엄청난데 비해 경제성이 낮아 선진국도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며 반대한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이미 탈(脫)원전시대로 접어들었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중 14개국이 원전을 폐쇄하거나 신규 건설을 중단했고 미국은 70년대부터 단 1기도 추가 발주하지 않았다.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핵정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핵발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 핵발전은 속성상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드리마일과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에서 보듯 원전사고는 단 한번으로도 엄청난 인명피해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고 그 피해가 수 세대에 걸쳐 대물림된다. 핵사고의 확률이 낮아 안전하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원전은 여러 과정에서 방사능물질이 유출돼 주변지역에서 암 기형아 기형가축 출산율이 높다. 온배수로 인한 어장파괴와 핵폐기물처리 비용 등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원자력은 저렴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핵발전비용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더 싸고 환경친화적인 발전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선진국들도 비경제성 때문에 원전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총연료주기를 통틀어 핵발전은 복합가스 열병합발전보다 1.6배, 풍력보다 5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우라늄도 다른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무한정한 자원이 아니다. 재처리연료 발전도 높은 비용과 위험성 때문에 상업화가 안되고 있다.
원전을 제외한 현재의 발전설비로도 전력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 독일의 한 경제연구소는 당장 원전을 폐쇄해도 예비전력률이 감소해 전력수급에 큰 지장이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전력수요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전기를 60∼70% 절약할 수 있고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75% 이상을 재생 에너지만으로도 공급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의 핵 안전기준치는 선진국보다 느슨한데다 기본수칙 조차 지키지 않고 정책 투명성도 낮아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재앙에 대한 경고는 이번 월성원전 사고로 족하다. 원전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임성진(전주대교수·환경운동연합 반핵특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