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고 메마른 중년의 이혼녀 헬렌(케이트 캡쇼 분). 어느날 우연히 발견한 익명의 연애편지 때문에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누가 이 편지를 보냈을까, 혹시 그 사람이 지금 날 몰래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16일 개봉될 ‘러브레터’는 ‘첨밀밀’을 만든 홍콩의 천커신(陳可辛)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만든 첫 영화. 연애편지 한 장이 어떻게 메마른 일상을 풍족하게 만들고 사람들간의 관계를 바꿔놓는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 연애편지는 여러 사람의 눈에 띄게 되고, 헬렌 뿐 아니라 사랑을 잊고 살던 온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편지를 읽은 사람마다 보낸 이를 추측하며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중년의 경찰관은 편지를 몰래 베껴 사랑하는 여자에게 주기도 한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관객들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아 따분할 수도 있다.
연애편지 하나로 온통 들뜨게 되는 작은 마을의 실제 촬영지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해안도시 록포트. 이곳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구경거리다.‘일 포스티노’의 영화음악 작곡가 루이 바칼로브가 만든 탱고와 재즈풍의 감미로운 음악도 매력적이다. 주인공 케이트 캡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아내. 12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