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쩐지 미심쩍더니….”
피임을 위해 정관절제수술을 받은 남성은 아내가 임신하면 배신감부터 느낀다. 대부분 정관이 다시 이어진 것으로 밝혀지지만 ‘의심’으로 금이 간 부부애는 되돌릴 수 없다. 뜻밖의 임신은 낙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조인래교수(02―2270―0078)는 최근 정관복원술이나 전립선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온 남성 26명에게 정액검사를 했더니 27%인 7명이 이미 정관이 복원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조교수는 “조사자의 수가 적어 일반화시킬 수는 없어도 정관수술을 받은 환자의 최소 5%는 정관이 자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0.5∼1%정도 자연복원된다고 알려졌지만 96년 미국에선 10%가 그렇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왜 이어지나?〓수술 때 정관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다시 이어진다. 제대로 수술받아도 정자가 부고환에서 녹아서 흡수되는 과정에서 부고환의 압력이 높아져 수술부위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종족번식 본능’ 때문에 잘려진 정관 주위로 새 관이 생겨 이어지기도 한다.
▽정관절제수술을 받으면?〓일부에서 고환에 피가 고이거나 약간 아픈 부작용이 생긴다. 이미 ‘남성’ 속에 있는 정자는 10회 정도 사정해야 없어지고 최대 석 달까지 살 수 있으므로 수술부위가 아물었다고 곧바로 성관계를 가지면 임신할 수 있다.
조교수는 “수술 3개월 뒤, 1∼2년 뒤, 5∼10년 뒤 정액검사를 받아 정관이 이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에서는 11월말까지 무료로 정액검사를 하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