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리만으로 곤충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EBS 카메라맨 이의호는 촬영과 연출을 겸하는 ‘카메듀서’. 그에게 이제 곤충의 울음소리는 하나의 음악이 됐다. 내년초 방영될 EBS 자연다큐 ‘풀섶의 세레나데’의 막바지 촬영을 위해 14일 제주 한라산 기슭을 찾았다. 그는 “이건 ‘쌕쌕이’, 저건 ‘찡찡이’”하는 식으로 소리만 듣고 곤충을 구별해 낸다.
‘풀섶의…’는 이례적으로 곤충의 소리만을 담아낸 다큐. 한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그는 1년 남짓 곤충이 제소리를 낼 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그가 자주 찾아가는 촬영지는 풀이 무성한 무덤 인근인 것은 그런 이유다. 이날 한라산 촬영도 대부분이 인근 공동묘지에서 이뤄졌다.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소리를 내는 시점이 암수의 교미 시기이고 이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마음에 드는 곤충을 찍으려들 때 사마귀 등 ‘육식 곤충’이 나타나 덜컥 ‘배우’를 잡아먹을 때는 정말 ‘미칠 지경’이 된다.
소리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만큼 ‘풀섶의…’핵심은 집음(集音)장치. 그는 카메라 렌즈보다 50㎝이상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마이크를 자체 제작했다. 일종의 ‘붐마이크’(오락프로그램 등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마이크에 솜털이 달려 소리를 담는 장치)를 변용한 것.
연초 자연다큐멘터리 ‘생명의 터, 논’으로 ‘원맨(one man)제작’의 가능성을 연 그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기보다는 그저 도심의 소음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리를 원없이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해설자의 내레이션없이 자막으로 상황을 설명해줄 생각이다.
〈제주〓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