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에 깊은 영향을 끼친 걸작들을 모은 의욕적인 전시회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1880년부터 1920년까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현대의 출발’전. 7일 개막됐으며 2000년 2월까지 계속된다.
현대 미술가들이 19세기말과 20세기 초 작가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또 다시 세기말에서 세기초로 가는 시점에서 미술의 변화를 생각해 본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연대별 전시가 아니라 공통주제끼리 묶음으로써 같은 소재를 다룰 때의 차이점 등을 살펴 볼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슬픔’(1882)의 경우 다른 작품과의 비교 전시를 통해 종교화처럼 내면의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아래쪽으로 몸을 숙인 여인을 그리던 전통적인 기법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게 했다.
반면에 조르지오 드 키리코의 ‘그레이트 메타피지션’(1917)의 경우 기존 전통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인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기법을 통해 인물을 표현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희망Ⅱ’(1907∼1908)에서는 인물의 형상 그 자체보다 여인의 드레스가 지닌 화려한 색과 차림새가 더 매혹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처럼 대상의 형상 뿐만 아니라 그 형상을 둘러싼 전체적인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도 전시된다. 사물의 형상 뿐만 아니라 주변 효과를 통해 보다 명확히 주제를 전달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또한 이 전시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작가들이 어떤 감정의 차이를 보였는지도 보여준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자화상(1895)은 격한 감정을 전해주는 반면, 비슷한 시기의 테오 반 라이셀버그의 자화상(1888∼1889)에 나타나는 공허한 눈동자는 몽상적인 느낌을 준다. 전통적인 소재인 목욕하는 사람, 무희, 배우 등을 각 작가가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알아 볼 수 있다. 이밖에 마티스, 피카소 등의 회화 및 조각 작품, 카르티에 브레송 등 사진작가들의 작품 등도 전시된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