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상시적인 불법 도청 감청 의혹과 관련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의 폭로내용을 둘러싸고 여야가 다시 첨예한 대립양상으로 치달음에 따라 남은 정기국회 등 정국운영에 파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17일 이총무의 폭로내용을 근간으로 국정원의 도청 감청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별도로 여권이 국정원의 불법 도청 감청 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계속 쟁점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정감사가 끝나는 18일 이후의 정기국회 일정협의 및 내년 예산안 심의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정기국회 파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반면 청와대와 국민회의 등 여권은 국정원의 도청 감청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국정원의 제8국(과학보안국)이 도청 감청 전담조직이라고 폭로한 이총무에 대해 국정원법과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키로 했다.
국정원 도청 감청 의혹을 제기했던 이총무는 17일 “국정원이 불법 도청 감청 외에도 선거개입 등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일삼아 온 명백한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이 불법 도청 감청 사실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끝내 ‘법적 대응’ 운운하며 국민을 속이려 한다면 국정원의 불법 도청 감청을 입증할 내용들을 계속 공개해 나갈 것”이라면서 추가폭로를 예고했다. 그러나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국가의 안보와 질서유지를 위해 감청이 필요하고 국정원의 그런 기능은 역대 정권에서도 보유해 왔다”면서 “감청이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도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불법 도청 감청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고 못하고 있다”면서 국정조사에 응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