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요노(與野)시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는 ‘전설의 무희 최승희(崔承喜)―김매자(金梅子)가 추적한 민족의 마음’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한국 일본 중국 북한 유럽 등의 희귀자료와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최승희의 일생을 재조명한 이 작품은 1년여의 촬영을 거쳐 14일 편집을 끝낸 최신작. 사이타마 예술극장이 기획한 ‘한일우호, 무용과 영화의 모임’의 일환으로 선보였다.
96분간의 상영이 끝나자 예술극장을 가득 메운 700여명의 일본인 관객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박수는 ‘위대한 무용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 같았다.
최승희는 일제시대 일본을 중심으로 유럽 미국 남미까지 진출해 한국무용의 진수를 알린 무용가.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목적은 최승희의 명성을 찬양하는 데 있지 않았다. 한 무용가가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예술의 경지를 어떻게 이뤄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주었다.
전통을 받아들이면서도 늘 새로움을 추구했다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결론. 동시에 김매자라는 요즘 무용가가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무용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감독인 후지와라 도모코(藤原智子)는 “증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거의 타계했고 자료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어 애를 먹었다”면서도 “제작과정에서 한국무용의 훌륭함을 알게 된 것은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본 일본인 주부는 “전에 최승희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한일간에는 장벽이 남아있다. 그런 장벽을 허무는 데는 문화의 힘, 그 중에서도 창조적인 예술가의 힘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를 실감한 하루였다.
심규선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