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김윤종(金潤鐘·50)씨는 93년 직원 6명으로 설립한 네트워크장비업체 자일렌을 올 3월 유럽 최대 통신회사 알카텔에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매각해 화제를 낳았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한 그가 84년 동료 4명과 함께 자신의 첫 벤처기업인 광역통신망장비업체 파이버먹스를 세운 곳은 차고였다. 빌 휴렛와 데이브 팩커드가 지금 세계 2위의 컴퓨터회사인 휴렛팩커드를 61년전 538달러로 창업한 곳도 차고였다. 97년 애플컴퓨터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74년 이 회사를 창업한 곳도 차고 겸 창고였다.
▽이 순간에도 차고나 창고에서 남몰래 성공스토리를 빚어내고 있는 벤처기업가들이 지구촌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개인적 욕망에서 성취와 부(富)를 좇을지라도 그 지혜와 모험과 땀의 결정(結晶)들은 한 나라의 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지도를 바꾼다. 80년대 일본경제에 압도당하는 듯했던 미국경제의 90년대 대역전극은 첨단벤처기업들의 성공을 얘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국내 벤처기업 코아텍이 전자부품인 고주파 압전세라믹 레조네이터의 양산(量産)에 성공한 산실도 대전 대덕4공단에 있는 허름한 창고같은 건물이다. 국내 대기업이 80년대 중반부터 300억원을투자했으나 양산기술개발에 실패한것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출신의 양성석(梁成錫·37)사장과 공고출신의 서대원(徐大源·42)생산부장이 손잡고 해냈다. 연간 1000억원대의 국내수요 90%를 일본 무라타(村田)제작소에 의존해오던 제품이다. 더구나 코아텍제품의 가격은 수입품보다 30% 이상 싸다.
▽양사장과 서부장은 우리네 벤처기업 벤처산업에 또 한번 기대를 걸게 한다. 창고면 어떻고 차고면 어떤가. 그 곳을 벤처기업 성공의 보고(寶庫)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인재가 있고 그들에게 도전정신이 충만하다면….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