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시절 ‘철의 장막 안의 유일한 서방세계’로 불렸던 러시아 모스크바의 인투리스트호텔이 29년 만에 헐린다.
모스크바시는 최근 이 호텔을 철거하고 영국계 자본을 유치해 그 자리에 특급호텔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철거 및 시공업체가 선정되면 내년 3월 공사가 시작된다.
구소련 시절 모스크바를 찾는 외국인들은 싫든좋든 당국이 정해주는 대로 인투리스트호텔에 묵어야 했다. 호텔의 어둠침침한 객실과 지저분한 욕실은 퇴락해가는 사회주의의 상징이었다.
당시 외국인과 동행하지 않으면 호텔에 들어갈 수 없었던 모스크바 시민들에게는 나이트클럽과 외화상점이 있는 이 호텔은 자본주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해방구’이기도 했다.
인투리스트호텔은 특히 ‘인터걸’이 탄생한 곳으로 유명하다. 러시아 미녀들이 로비와 복도에서 외국인에게 접근했고 투숙객들은 밤새도록 “외롭지 않느냐”는 이들의 전화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건물이 낡아 그동안 근처의 크렘린궁과 붉은광장 등 명소를 망치는 ‘흉물’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