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0년의 여명이 밝아올 무렵 중국은 과학과 기술면에서 서양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중국에서는 벌써 종이, 인쇄술, 화약, 자석을 이용한 나침반, 바퀴가 달린 수레, 연, 석궁, 배의 선미에 다는 키 등이 발명되어 쓰이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지적 기술적 보물들이 유럽에 알려지기까지는 수백년이 걸렸다. 예를 들어 시계의 내부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 서구에 알려지는 데는 600년이 걸렸고 강철 사슬로 다리를 매다는 기술과 선풍기가 서구에 알려지는 데는 무려 1000년 이상이 걸렸다.
더그 스탄과 마이크 스탄의 두루마리 비슷한 설치 작품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가도록 되어 있으며 지식이 두루마리에서 책으로,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겨지는 것을 상징한다. 이 두루마리는 두 개의 투명한 탁자 위에 놓여 있는데 탁자 하나는 중국식 디자인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유럽식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7세기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그림과 서예 작품, 그리고 그 당시의 유명한 황제였던 태종의 초상화로 시작된다. 그 다음 이 이미지들은 나뭇가지를 그린 그림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봄의 숨결’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1360년에 그려진 것이다. 더그 스탄과 마이크 스탄은 이 그림 속의 나뭇가지가 위로 뻗어 올라가서 서양의 책 속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이 책은 동양으로 모험에 가득 찬 여행을 했던 유명한 서양 여행가인 마르코 폴로와 루브룩의 윌리엄, 지오반니 카르피니에 관한 자세한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중세에 그려진 것들이다.
위대한 칸 망구와 쿠빌라이 칸이 제위에 있던 시기에 여행을 떠난 13세기의 이 개척자들은 유럽이 아시아를 향해 눈을 뜨게 해주었다. 서양이 동양에서 맨 처음으로 본 것은 비단과 향료였다. 중국의 깊은 지혜가 서양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보다 시간이 좀더 지나서였다.
더그 스탄과 마이크 스탄의 설치 작품은 길이가 약 5m, 높이는 가장 낮은 쪽이 35㎝, 책이 있는 쪽이 약 90㎝이다. 서양식 탁자와 중국식 탁자는 아크릴로 만들어졌다. 스탄 작품의 특징인 작품의 광채는 두루마리 밑에 놓인 10여개의 램프에서 나오는 것이다. 작품에 사용된 이미지들을 두루마리에 옮기는 데는 마일라의 제품인 전자 스캐너가 사용되었다. 작품 제작 기간은 4개월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4/star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