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다시 겨루자.’
롯데가 9회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날 패배로 1승3패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롯데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99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삼성과의 5차전에서 호세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6―5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간신히 숨을 돌린 롯데는 상대전적 2승3패로 19일부터 대구로 옮겨 시작되는 6차전에서 다시 한번 삼성과 동률을 이루기 위해 ‘돌아설 곳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9회말 3―5로 뒤진 롯데의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김대익이 왼쪽 깊숙한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직전까지 4타수 3안타를 때려낸 ‘악바리’ 박정태는 삼성 임창용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10구째만에 볼넷을 골라냈다.
마해영의 삼진으로 1사1,2루의 찬스에서 5번째 타석에 들어선 호세. 세번의 타석을 연속 볼넷으로 나간 뒤 7회말 1사1,2루의 득점찬스에서 그가 모처럼 때린 공이 좌익수 김기태의 절묘한 펜스플레이로 잡혀 역전기회를 놓쳤었다.
이것이 너무나 아쉬웠던 것일까. 호세는 2스트라이크 2볼에서 풀배팅으로 밀어쳤고 임창용의 144㎞짜리 직구는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호세의 3점 홈런으로 침묵을 지키던 롯데 팬들은 지칠줄 모르고 함성을 질렀다. 호세의 이날 끝내기 홈런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통산 5번째.
이날 경기는 롯데가 기선을 잡았다. 1회말 2사후 박정태 마해영의 연속 2루타로 선취득점한 롯데는 호세의 볼넷으로 만든 1,2루의 찬스에서 박현승의 오른쪽 깊숙한 안타와 삼성 포수 진갑용의 실책으로 2점을 추가, 3―0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삼성의 곧이은 반격은 무서웠다.
3회 삼성은 진갑용―정경배―김종훈의 연속안타로 2점을 따라잡고 스미스의 2점짜리 포스트시즌 4호 홈런으로 4―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7회초 상대에 추가점수를 내줘 3―5로 뒤진 롯데는 7회말 호세의 잘 맞은 타구가 발이 느리기로 소문난 김기태의 호수비로 뜬공으로 처리되자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롯데의 중심타선은 9회말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적과 같은 승리를 만들어냈다.
〈부산〓전 창·김상수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