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가 차세대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국내 자동차업계는 구조조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무너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언론에 공개되는 도쿄(東京)모터쇼는 ‘미래발주(發走), 자동차가 변한다, 지구가 변한다’를 주제로 삼았다.》
주제가 말하듯 세계 자동차업계는 현재 가솔린자동차에서 환경친화형 자동차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는 도요타가 개발한 하이브리드카(가솔린 전기 겸용차)를 비롯해 주요 자동차메이커의 3ℓ카(3ℓ로 100㎞를 주행하는 고연비 차)와 시험생산한 연료전지차 등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차세대 환경친화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진영과 GM―도요타 진영의 양대 연합으로 나뉘어 치열한 기술개발전을 벌이는 중.
2004년경 환경친화형 자동차를 양산한다는 목표 아래 연간 수조원의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미 2004년까지 자동차판매량의 10%를 무공해자동차로 채우도록 결정한 상태.
르노―닛산과 혼다 피아트 BMW 등 중위권 업체들도 어떤 형태로든 양대 제휴네트워크와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업계는 차세대기술 개발은커녕 대우 쌍용 삼성자동차의 매각협상에 발목이 잡혀있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97년 외환위기 이전 2조원을 호가하다 최근 6000억원으로 폭락한 한보철강의 경우처럼 한국 자동차업체들도 헐값에 팔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가톨릭대 김기찬교수(경영학)는 “선진국들은 환경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후발 자동차업체들을 무역규제를 통해 퇴출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 없이는 특히 미국시장 수출이 봉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현대자동차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지난달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했지만 그야말로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구비도 40여억원에 불과해 선진국 대형업체와 경쟁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
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차세대 자동차개발과 관련한 본격적인 제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