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통계에도 착시현상이 심각하다.
국가채무는 공식적으로 올해말 약 112조원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부보증채무중 국가채무로 귀속될 것이 확실시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중앙정부채무에 지방정부채무를 합친 국제통화기금(IMF)기준 국가채무는 올해말 111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
정부보증채무나 공기업채무 등까지 합하면 200조원이 훌쩍 넘어선다. IMF기준으로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정부보증채무는 올해말로 무려 83조원에 달하는만큼 그저 ‘보증’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보증채무의 약 77%를 차지하는 금융구조조정비용 64조원은 성업공사나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조성되고 있다.
예보가 9월말까지 예금대지급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약 24조원. 이중 회수된 돈은 128억원에 불과하다. 퇴출금융기관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어서 부실관련 임직원들의 사재까지 추심한다 해도 회수될 돈은 1조원미만의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는예보의자금이바닥을 드러내자 성업공사에 할당된 자금중 12조원을 급히 예보로 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예금대지급에필요한자금은이에 그치지않고향후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앞으로 남은 금융구조조정에 14조원의 돈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 자금은 현재 남아있는 8조8000억원과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매각대금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말했다. 예금대지급용으로 최소한 수조원이 더 소요되고 성업공사 자금이 추가로 예보로 옮겨갈 것임을 시사한 것.
물론 예보의 금융기관 출자분과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매각에서 이익이 나면 예금대지급으로 나간 돈을 일부 메울 수도 있겠지만 금융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올 연말기준으로 최소한 30조원 이상 늘려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