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의 PB(Private Brand·자사 브랜드)팀은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500억원. 팀원이 8명에 불과하므로 1인당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셈이다. 전국적 대리점망을 가진 유명 패션브랜드의 한해 매출액이 150억∼2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중견 패션회사와 맞먹는다.
그러나 불과 2년 전만해도 PB팀은 사내에서 ‘계륵(鷄肋)’취급을 받았다. 74년 ‘피코크’부터 시작해 현재 ‘샤데이’ ‘아이비하우스’ 등 자사브랜드가 10개로 늘어났지만 96년까지 한번도 흑자를 내지못했기 때문.
사정은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력 3∼7년차인 팀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낸 덕택.
우선 생산비 절감을 위해 북한에 임가공을 맡겼다. 여름에 겨울 신상품을 만들어 파는 ‘파격적’ 전략도 구사했다. 또 재고를 줄이기 위해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즉시 생산을 중단하고 팔리는 모델만 사이즈별 색상별로 세분해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장조석(張祚錫·40)팀장은 “기획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는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뛴 결과 다른 브랜드와 디자인과 품질은 비슷하면서 유통단계 축소로 값이 싸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기 시작했다.
올해는 대전 동양백화점 분당 삼성플라자 등 경쟁업체에 납품하는 ‘이변’을 연출해 유통업계를 놀라게 했다.
장팀장은 “PB팀 지원을 꺼리던 동료들이 이제는 서로 오려고 한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