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골프광인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17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스레한 저녁에 혼자 골프를 쳐 다시 화제에 올랐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경 갑자기 “골프를 쳐야겠다”며 백악관을 떠나 가까운 육해군 컨트리클럽에서 18홀 라운딩을 마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클린턴이 갑작스레 외출을 하자 백악관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경호원과 출입기자들은 허둥대며 따라나섰고 일부 사진기자는 뒤늦게 쫓아가느라 부산을 떨었다. 빗발은 굵지 않았으나 꾸준히 내렸다. 오후 7시경 2시간30분에 걸친 라운딩을 끝냈을 때 클린턴대통령의 모자에서는 물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재임 중 800라운드를 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중 제일의 골프광으로 꼽히는 클린턴은 드라이브샷의 비거리가 275야드에 이르는 장타. 골프에 대한 그의 집착은 대단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필드에 나간다. 97년 여야 간에 예산안을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이 한창일 때에도 사흘간 골프장에서 살다시피했다. 96년 하와이에서 폭우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도 골프 클럽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4월 코소보에서 학살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무렵 참모진은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제발 골프를 삼가달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머리를 맑게 해야한다”며 골프를 강행, 구설수에 오른 일도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