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그 마지막 해에조차 보스턴 레드삭스를 철저히 외면했다.
19일 보스턴 팬웨이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82세 딸이 직접 시구를 했지만 보스턴은 끝내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애칭)악령’을 떨쳐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태동기인20세기초 단골우승팀이었던보스턴은 1920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뒤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징크스를 겪어야 했다.
반면 동부지구 라이벌 양키스는 이듬해인 21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24번이나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통명문팀으로 성장했던 것.
공교롭게도 양팀이 격돌한 올 챔피언결정전은 양키스의 압승으로 끝났다.
전날까지 3승1패로 보스턴을 몰아붙인 양키스는 이날 미남 흑인스타 데렉 지터가 1회 선제 결승 2점홈런을 터뜨리고 쿠바에서 망명한 올랜도 에르난데스가 7회까지 5안타 1실점으로 선발 호투한데 힘입어 6―1로 승리했다.
97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리반 에르난데스(플로리다 말린스)의 이복형제인 올랜도는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4승무패에 평균자책 0.97을 기록, 챔피언결정전 MVP로 뽑혔다.
한편 영하의 날씨와 강풍에도 불구하고 팬웨이파크에 운집한 3만여 보스턴 팬들은 오열을 터뜨리고 있는 선수단을 향해 ‘다음 세기(next century)를’이라고 연호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