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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조석희/갈곳 없는 한국 영재들

입력 | 1999-10-19 20:09:00


한국의 어린 영재들은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검정고시로 중고교를 뛰어넘어 대학에 입학한 어린 학생들에 관한 보도가 줄을 잇는다. 어린 영재들은 이중으로 어려움을 경험한다. 친구들과는 지적 정서적인 면에서 달라 서로 어울리기 어렵다. 14세 영재와 21세의 보통 학생은 사고전략, 사고속도, 인지 양식, 과제 집착력이 다르다. 사고전략은 영재들이 더 효율적이나 아는 것은 적다. 고민하는 내용도 다르다. 내부적으로는 정서발달과 지적 발달간의 괴리가 심해 고통스럽다.

이런 아이들에게 약간의 속진(速進)은 필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줄리안 스탠리 교수는 10, 11세의 수학 영재를 발굴해 대학에 입학시키는 속진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여년간 속진을 실천하고 연구한 후 그는 “지난 20년간 영재들을 속진시킨 것을 후회하네, 속진했던 학생중 창의적인 학자나 전문가가 별로 탄생하지 않았다네”라고 토로했다. 초중등 과정을 4년 줄여 총 8년에 마치는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중국은 초중등과정에서 체육교육을 정규과정에 비해 5배 더 많이 실시한다. 이렇게 해서 13세에 입학하는 어린 대학생을 위해 대학에 소년반을 두고 특별히 보살펴준다.

영재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을 계발하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이다. 영재들도 자기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이해하고 격려해 주며 지적 자극과 도전을 제공하는 곳에서 생활하며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한국이 평준화교육을 시작하던 70년대 후반부터 세계 여러나라는 영재교육에 열을 올렸다. 영재학교 영재학급 영재교육센터 사사제도 시간제 영재반, 방과후 영재반, 특별활동 시간의 영재반 등 다양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이제 더 늦출 수는 없다. 영재들이 창의성을 꽃 피울 수 있는 영재교육기관을 초중학교 수준에서도 마련해야 한다. 이래야만 영재들은 지적 정서적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토론 문제만들기 문제해결하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서로 능력과 창의성을 키워 갈 수 있다.

조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