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위성TV를 국내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북한의 선전선동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국민 수준이 높아졌고 현실적으로 북한방송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남 적화전략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방송이 안방에 들어오면 대북 경각심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10일부터 위성TV 본방송을 시작했다. 시청 범위는 아시아 전역을 포함 126개국이고 내용은 관영 조선중앙TV 처럼 오락 스포츠 41%, 보도 23%, 선전선동물 36% 등이다.
개방론자들은 북한의 위성TV 전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고 분단에 따른 이질성 극복을 위해 문화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국민 의식수준이 높아져 북한의 선전선동에 현혹될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 TV개방은 시기상조다. 북한 언론의 기능은 우리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겉으론 중앙방송위원회가 관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당선전선동부와 통일전선부가 통제한다. 정치선전 등을 통한 체계결속이 주요 기능이며 알권리 충족이나 비판기능은 찾아볼 수 없다.
공중파 방송을 개방하면 북한의 선전선동 창작물이 우리 안방까지 버젓이 침투하게 된다. 남북한 간에는 문화의 이질성 보다 사상의 이질성이 더 심각하다. 남한은 아직도 민족해방의 대상이며 주체사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대남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한국정부와 자유민주체제를 비난하는 도구로 위성TV를 이용하는 한 동질성 회복은 어렵다.
위성TV 개방은 상호주의가 전제돼야 한다. 서독은 동독인들에게 접시안테나 등 수신장비를 무상 지원해 서독TV를 여과없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북한 주민이 한국TV를 시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한만 북한TV를 개방하는 것은 문제다.
국민의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대북인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국민의 85%는 북한의 실체를 경험하지 못한 전후세대다. 방송 속에 숨겨진 사상적 독소를 가려낼 수 있을까.
방송개방은 장기적인 안보통일정책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한번 개방하면 다시 봉쇄하기는 어렵다. 수신장비가 비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통일전선전술이 파고 들지 못할 만큼 우리 사회가 확고한지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이 적화통일노선을 평화공존노선으로 바꾸는 등 실질적 변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TV개방은 위험하다.
박헌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