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로 오라는 제의를 많이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 사람들의 정서가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중국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49)가 22일 부산에 왔다. 그의 영화 ‘책상서랍 속의 동화’가 23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되기 때문이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
‘책상서랍 속의 동화’는 실화를 토대로 중국 시골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도시에서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소박하고 따뜻한 감정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올해 5월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지금까지 중국내 흥행에 가장 성공한 중국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모두 실제 시골의 초등학생. 그는 촬영을 하면서 제작진이 돈을 모아 낡은 학교 옆에 새 학교를 지어 아이들에게 선물했다면서 “주연을 맡은 두 학생은 다른 지역의 좋은 학교에서 데려다가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고 촬영 뒷얘기를 밝혔다.
장이머우는 88년 ‘붉은 수수밭’으로 데뷔한 뒤 ‘국두’ ‘홍등’ ‘귀주이야기’ ‘인생’ 등으로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정부의 검열과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한번은 검열국장으로부터 ‘당신이 보통 감독이면 이 장면을 그냥 두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유명한 감독이기 때문에 삭제해야겠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농촌의 감독’으로 불릴 정도로 뚝심 있게 시골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보통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