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최대 쟁점인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 협상에 임하는 한나라당이 연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중선거구제 추진에 맞서 소선거구제를 고수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외쳐댈 뿐 ‘각론’에 들어가면 입장이 모호한 상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 특위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이는 안을 내놓았지만 한나라당은 뚜렷한 결론을 못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18일 열린 정치관계법특위 회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여당이 의원정수를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였는데 우리가 가만 있으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며 여당안 수용을 주장한 반면 또다른 의원들은 “왜 무조건 여당만 따르느냐. 잠시 욕을 먹더라도 의원 정수감축에는 반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의원정수는 270명 내외’라는 ‘이상한’ 형태로 잠정적인 당론을 내놓았다.
지역구 대 전국구 의석비율에 대해서도 “현재 비율(5.5대 1)을 고수해야 한다” “전국구 비율을 더 줄여야 한다” 등으로 주장이 엇갈려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선거연령 인하문제도 마찬가지. 국민회의가 현행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안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선거만을 의식한 당리당략적 결정”(심재철·沈在哲부대변인)이라는 비난성명만 냈을 뿐 여권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