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일에 도전해온 ‘일본 예술영화계의 대모(代母)’. 이와나미(岩波)홀 총지배인 다카노 에쓰코(高野悅子·70)여사가 또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다카노여사는 16일 사이타마(埼玉)예술극장에서 열린 ‘한일우호 무용과 영화의 모임’에서 창무회 예술감독 김매자(金梅子)씨한테 3개월여 동안 배운 한국무용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배웠다. 그러나 7월경 김씨로부터 아예 출연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겁없이’ 승낙했다.
그러나 ‘70세의 도전’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8월말 한국에서 연습할 때는 발이 부어 구경만 했다. 일본에서 김씨 제자의 지도를 받을 때는 근육통 때문에 2주일 동안 걷지도 못했다. 9월말 서울에서의 마무리연습은 그런대로 해냈다. 그러나 14일 사이타마예술극장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할 때는 많이 틀려 주변의 애를 태웠다.
“공연 당일 무대에 섰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막이 오르면서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라앉았다. 정신을 통일해 배운 대로만 하면 된다고 자기암시를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한복이 무척 잘 어울린다”고 했다. 스승 김씨는 “연습할 때보다 더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모든 피로를 잊었다.
무용공연에 이어 첫 상영된 다큐멘터리 ‘전설의 무희 최승희(崔承喜)―김매자가 추적한 민족의 마음’(감독 후지와라 도모코·藤原智子)을 기획한 것도 그였다.
만주에서 태어난 그는 5세때 다롄(大連), 12세때 선양(瀋陽)에서 직접 본 최승희의 공연과 그 열기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전쟁의 시대라는 20세기에 아시아 여성으로서 유럽 미국 남미에서까지 절찬을 받았던 무용가 최승희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다큐멘터리를 생각했다.”
그는 이 작품을 12월 도쿄(東京)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내년 여름에는 이와나미홀, 그 후 한국 중국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다. 한국무용은 내년 5월경 폴란드의 일본문화관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