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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서갑숙씨 性고백서 파문]"외설" "용기있는 고백"

입력 | 1999-10-24 19:26:00


탤런트 서갑숙(徐甲淑·38)씨의 적나라한 성 고백록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이 음란성 여부에 대해 내사 중이고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책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제2의 장정일 파문’이나 ‘제2의 O양 비디오 사건’쯤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 책은 ‘성(性)이데올로기 도전’이라는 타깃이 주효한 듯 출간 보름도 안돼 7쇄를 거듭하며 5만부가 팔려 나갔다. 주 독자층은 30, 40대. 저자가 30대 후반이며 혼전 성관계 결혼 이혼 등을 경험했다는 것이 이 연령대 독자층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나도 때론…’에 대한 거부반응은 서점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측은 자체판단에 따라 이 책을 ‘19세 이하 판매금지’ 도서를 판매하는 특별전시코너에 비치하겠다고 출판사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출판사 J―PUB측은 “간행물윤리위 같은 공적 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교보측의 자의적 판단에 따를 수 없다”며 책 공급을 거부했다. 또다른 대형서점인 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문고측은 자체적으로 비닐 봉투로 밀봉해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책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24일 영풍문고에서는 책을 전시할 새도 없이 아예 계산대에서 직접 돈을 받고 팔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KBS는 즉각 서씨가 음악교사로 출연 중인 1TV의 청소년프로 ‘학교Ⅱ’에서 서씨를 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서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25일 방영될 SBS 토크쇼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오전 9시)과 케이블채널인 GTV ‘우먼 TV 정보데이트’의 초청을 받고 녹화를 마치는 등 또다른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태.

PC 통신에서는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난과 “용기있는 고백” 등으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강지원(姜智遠)위원장은 “저자는 숨김없는 성적 고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고백’이라기 보다는 표현이나 구성 자체가 ‘외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책 서문에서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이 땅의 여성에게 대리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씨는 또 “세상이 바뀌려면 용감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면서 “서씨가 선구자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K대의 한 교수(철학)도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이제 ‘몸’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데 대한 구체적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최근 쏟아지고 있는 성고백서는 대체로 필자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간행물윤리위가 26일 정기회의에서 이 책을 ‘청소년 유해 매체’로 분류하면 책은 랩으로 밀봉해 성인에게만 판매해야 한다. 또 사법부가 음란물로 판정하면 성인에게도 판매가 금지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문제의 책은 사춘기부터 겪은 性체험 고백서▼

탤런트 서갑숙씨(38)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그녀가 사춘기부터 최근까지 겪은 성체험 고백서.

그는 대학입학 후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대학원생을 집으로 초대해 첫 키스를 나눈다. 남자는 서씨가 키스도 처음하는 ‘처녀’라는 것을 알고 부담을 느껴 떠나 버린다. 서씨는 이후 순결을 버리기로 한다. 그리고 대학선배에게 ‘버리듯’ 처녀성을 잃는다.

이후 여러가지 섹스를 체험한다. 선배에게 강간을 당할 뻔한 이야기, 대학동창과 나눈 섹스경험담 등. 결혼전 임신해 낙태수술을 받기도 했다. 한 남자를 놓고 친구와 자신이 번갈아 관계를 맺은 이야기도 들어 있다.

탤런트 N씨와 이혼 후 방황하던 그는 최근에 ‘육체와 정신을 모두 일깨우는’ 사랑을 만났다고 밝힌다. 9시간의 긴 정사와 오르가슴의 경험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사랑’이야말로 삶의 정점이다”고 주장한다.

서울 태생인 서갑숙씨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중퇴했으며 MBC ‘도시인’, KBS ‘순수’ 등 드라마와 연극 ‘티타임의 정사’ 등에 출연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서갑숙씨 "상업-선정성여부 독자 판단할 문제"▼

서갑숙씨(38)는 24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의 내사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성 여부 검토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몇 사람의 의견이 아닌 상식적인 다수의 판단이 중요하다”면서 “예고도 없이 KBS 드라마 ‘학교 2’에서 퇴출된 것과 관련해 25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출간한 동기에 대해 “사랑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고 하나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면서 “여러 면에서 미숙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잡지에 ‘사랑은 있다’는 제목의 수필을 썼으나 그 내용이 다른 잡지 등에 왜곡 보도되는 것을 보고 직접 풀스토리를 쓰기로 결심했다는 것.

그는 책에 묘사된 적나라한 섹스 체험이 지나치게 상업적 선정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