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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천년의 인간]파우스트/진실의 탐구자로

입력 | 1999-10-24 19:54:00


파우스트의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왔다. 파우스트 전설의 기본 골격은 7세기에 벌써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같은 파우스트 이야기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1587년에 독일에서 출판된 싸구려 이야기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이 책에 실린 파우스트 전설은 역사 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두 명의 인물을 모델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사람은 16세기초에 자신이 예수의 기적을 모두 실행할 수 있다고 자랑했던 게오르그 사벨리쿠스라는 인물이고, 또 한 사람은 1532년에 ‘남색가이자 마법사’로 알려진 탓에 뉘른베르크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당했던 시메론의 요한 파우스트라는 인물이다.

파우스트 전설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창기에 파우스트는 오로지 탐욕 때문에 악마와 계약을 하는 인물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파우스트는 많은 의문을 지닌 현자의 이미지를 좀더 강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괴테의 희곡에서 파우스트는 싸구려 이야기책 속의 추악한 노인이 아니라 진실의 탐구자이자 최초의 진정한 낭만적 영웅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토마스 만, 폴 발레리,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샤를 구노 등이 시와 음악을 통해 파우스트를 비극적인 영웅으로 더욱 승화시켰다. 20세기의 인물들 중에서 라듐을 발견한 대가로 목숨을 잃은 마리 퀴리나 강요된 침묵을 통해 군사 정권의 잔인성을 고발한 아웅산 수지 여사 등은 현대의 파우스트라고 할 수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album―fau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