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아이디어가 번득인다는 말을 듣는 D초등학교 5학년 이모양(11). 전국학생발명대회에서 동상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이양의 어머니 최모씨(37)는 늘 불만이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인지 성적이 ‘별로’예요.” S중학교 1학년 오모군(12)은 항상 1,2등을 놓치지 않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지만 정작 자신은 수업 중 기발한 내용을 발표해 시선을 끄는 짝이 부럽다.
◇ 영역 달라도 서로 영향
한국심리자문연구소(소장 박병관고려대교수)에서 개발한 ‘기억력·창의력 진단검사’에 따르면 이양은 창의력 부분에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억력 점수는 낮았다. 오군은 정반대.그렇다면 기억력과 창의력은 서로 무관하다는 얘기?
▼두뇌 구조상 연관없어▼
서울대의대 신경과 노재규교수는 “기억력은 뇌의 감성적 영역을 담당하는 변연계라는 부위와 관련이 깊고 창의력은 논리적 사고를 주관하는 대뇌피질 전두엽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일단 두뇌 구조상 기억력과 창의력은 연관성이 없다는 것.
두뇌과학자들은 특히 변연계에 위치한 ‘해마(Hippocampus)’가 기억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주의 위싱턴대학 의대연구진은 “해마상 융기 부피가 적은 집단이 해마상 융기의 기능중 하나인 언어력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밝혔다.
▼창의력의 바탕은 기억력▼
뇌의 영역간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최근 ‘기억력이 창의력의 바탕’이라는 학설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즉 뇌의 각 부위가 담당하는 영역은 다르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팀플레이’를 한다는 것.
◇ 많이 보고 듣고 느끼게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솅크 R.C.박사는 “기억에는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다”면서 “특히 단기간 해마를 자극한 뒤 전두엽에 저장된 장기기억이 창의성의 바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두뇌 구조와도 일치한다. 단기기억은 변연계에 저장되지만 장기기억은 창의력을 관리하는 전두엽에 저장되기 때문.
그렇다면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는 장기기억력은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까.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두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법을 개발중인 해마교육연구소의 문태홍소장은 ‘시각과 감성, 그리고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경험이나 지식이 오래 기억된다고 말한다. 어린시절의 잊혀지지 않은 추억들은 대체로 이같은 특성을 지녔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녀가 보다 많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문소장은 강조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