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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CEO]야구해설가 하일성-강인숙 부부

입력 | 1999-10-25 18:49:00


경기의 맥(脈)을 콕콕 짚는 야구해설가 하일성(50·서울 강남구 대치동)강인숙(43)부부는 요즘 주위에서 자주 ‘인사’를 받는다. 시청률 40%를 웃도는 MBC주말드라마 ‘사랑해 당신을’에서 여고생이 교사와 결혼한 것처럼 이들도 그렇게 만나 결혼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제자서 부부로

하씨는 74년 경기 김포시(당시 군) 양곡종합고교 체육교사로 첫 부임. 한 눈에 들어왔던 강씨에 대한 ‘마음’을 ‘신분’ 때문에 숨겨뒀다 대입예비고사날에야 표현했다. 강씨에게 “추울 텐데 이거 끼고 시험 잘 봐”라며 가죽 장갑이 든 선물꾸러미를 건냈던 것. 그리고 그들은 이듬해 가을 결혼했다.

한때 제자였지만 지금 강씨는 ‘고객(특히 내부고객) 만족’을 중시하는 이 가정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가족 모두가 만족하면 가정 경쟁력도 높아진다”며 “가정경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관리’”라고 말했다.

▼자녀에겐 자립심을▼

‘자신이 원하는 생활방식을 스스로 선택해야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게 강씨의 주장. 이처럼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선 자립심을 키우는게 먼저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가계 재무관리상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수하고 91년 중학생이던 승희(23)와 태경(22) 자매를 호주로 유학보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며 부모가 너무 오냐오냐 기르면 자립심이 없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에는 초등학생때부터 병원에도 혼자 다녔던 아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학창시절을 마음껏 즐긴 승희는 현재 국내에서 영어학원강사로 일하고 있고 태경이는 호주에서 호텔경영학 수업 중.

▼남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남편에겐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한다.

술을 좋아해 거의 하루도 술을 거르는 날이 없는 남편을 위해 강씨는 남편의 술친구로 ‘자리매김’. 그는 “신혼 초엔 절주(節酒)도 권했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라며 “이제는 나도 한 달에 서너번씩 포장마차나 집 앞 편의점에서 ‘한 잔하자’고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를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볼링으로 몸 튼튼하게

▼주부의 경쟁력은 어떻게?▼

남편과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야구시즌인 4∼10월 절반 이상은 집에 없는 남편에 연연하면 조그만 일에도 우울해지기 쉽기 때문.

그래서 6년 전 시작한 볼링 실력이 지금은 애버리지 180의 수준급이 됐다. 매주 세 번 주부볼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전 9시 집을 나선다. 주부가 즐거워야 가족들도 집에 들어오면 즐거워진다는 생각.

“가정의 중심인 주부가 우울증에라도 걸려봐요. 온가족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니까요.”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