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단군상 건립을 둘러싸고 찬반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간혹 이에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에서는 극단적 행동마저 표출하고 있다. 5000년 문화민족이라고 자부하면서 아직도 민족 기원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이처럼 갈등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민족이 최초로 세운 나라가 고대조선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의 본질은 단군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군’은 원래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직책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군상’이란 존재할 수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단군상’은 정확한 용어가 아니며 ‘단군왕검 상’이라고 불러야 올바른 표현이다. 단군왕검은 고대조선을 건국한 사람이며 이 때부터 우리 민족이 형성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단군왕검’은 신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 보아야 한다. 역사적 인물의 동상이나 석상을 만들어 기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우상숭배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단군상 건립’을 추진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은 다같이 단군왕검 신화에 대해 자의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 마치 박혁거세 고주몽 온조 김수로왕 등 우리 역사에 나타나는 건국 시조들이 한결같이 신화의 형식을 빌려 등장하기 때문에 역사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신화에 대한 해석을 바르게 하지 못한 결과이다. 신화란 한 민족의 사상과 역사적 체험을 응축시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상징화한 것을 말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민족의 기원에 대한 기록은 단순한 신화가 아니다. 단군왕검이 최초로 나라를 세우고 민족을 형성하기 전의 기나긴 세월, 우리 민족이 겪어온 역사적 체험을 응축시켜 신화의 형식을 빌려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내용이 단군왕검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대조선을 세운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단군왕검 이전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새 천년 세계화의 시대를 앞두고 우리 민족의 뿌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소란스러운 현상은 나라의 수치이다.
이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