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교육이 필요없어/사고의 통제가 필요치 않아/…이봐요 선생님, 아이들을 내버려 둬….”
영국의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70년대에 부른 ‘Another Brick in the Wall’ 가사다. 이 노래가 담긴 앨범 ‘벽’은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금지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즐거운 학창시절’을 노래로 찬미하고 있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서태지와 아이들’은 ‘교실이데아’에서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며 학교교육에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의 인기 TV만화 ‘심슨가족’의 초등학생 주인공 바트 심슨은 “선생님 방에는 별다른 것이 없어”라면서 학교교육의 진부함을 꼬집었다. 학생은 학교에 불만이고 세계 각국은 새 시대에 걸맞는 교육제도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대변화 수용못하는 교육틀▼
▽선생님은 벽돌?〓‘핑크 플로이드’는 노래했다. “당신(선생님)들은 그저 벽을 이루는 또 다른 벽돌에 불과해요.”
교육은 개인을 사회 존속에 필요한 구성원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파악돼 왔다. 이상적 인간형을 설정하고 틀에 맞춰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 틀에 갇힌 학생들에게 교사와 교육제도는 ‘벽’이 되기 십상이다. 금세기 초 독일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어떤 도덕적 체계나 이상적 인간형이 항상 보편타당할 수는 없다. 사회변화에 따라 교육목표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장자크 루소는 아이들의 ‘자기 권리’를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은 기성세대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이익-정보 사회 공존▼
▽홀로 선 개인〓급속한 산업화를 거친 우리 사회에는 세 세대가 공존한다.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공동사회 세대, 노동시장의 이해와 계약에 귀속된 이익사회 세대, 그리고 네트워크형의 느슨한 연대 속에 개개인이 고립적으로 서 있는 정보사회 세대.
다니엘 벨이나 앨빈 토플러, 존 네이스비트 등 정보사회의 전도사들은 정보사회가 실현되면 노동시장의 구속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전파한다.
하지만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관습이나 노동시장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난다 하더라도 개인주의화한 인간이 제도화 표준화된 삶의 조건 속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소비수준을 유지하려면 노동시장에 얽매이게 되고 연대가 거의 없는 개인들은 외로운 ‘빈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입식 거부 대안학교 등장▼
▽시공을 초월한 연대〓하지만 정보사회의 네트워크 안에 홀로 선 개인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을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기호와 관심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찾고 관심의 공유자를 만나 연대하고 흩어진다. NGO(비정부기구)의 활동이 이런 현상의 일부이다.
국가라는 거대조직은 개개인의 다양한 기호와 관심을 일관되게 수용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네트워크를 통한 연대는 이미 국경을 무의미하게 한다. 성공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지식의 주입 보다 능동적 탐구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대안교육도 맥을 같이 한다.
어쨌거나 이 시대 교육은 이질적인 문화 이념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로 문제를 찾아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교육에 관한한 ‘개혁’은 항상 선거의 이슈가 돼 버렸다. 제도교육은 해체될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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