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머리 풀어 구름에 얹고
귀를 아프게 여네요
하염없이 떠가네요
부신 햇빛 속 벌떼들 아우성
내 귀 속이 다 타는 듯하네요
꽃구경 가지 꽃구경 가자시더니
무슨 말씀이었던지
이제야 아네요
세상의 그런 말씀들은 꽃나무 아래 서면
모두 부신 헛말씀이 되는 줄도 이제야 아네요
그 무슨 헛 말씀이라도 빌려
멀리 떠메어져 가고 싶은 사람들
벚꽃나무 아래 서보네요
지금 이 봄 어딘가에서
꽃구경 가자고 또 누군가를 조르실 당신
여기 벚꽃나무 꽃잎들이 부서지게 웃으며
다 듣네요
헛말씀 헛마음으로 듣네요
혼자 꽃나무 아래 꽃매나 맞으려네요
달디단 쓰디쓴 그런 말씀
저기 구름이 떠메고 가네요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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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배꽃 분분히 날릴 때면 꽃구경 가자시더니, 꽃구경 가자시더니 저절로 흘러나오던 시. ‘그 무슨 헛말씀이라도 빌려 멀리 떠메어져 가고 싶은 사람들’이 꽃나무 아래를 허무와 상실의 마음으로 거닐며 꽃구경 가자시더니, 꽃구경 가자시더니. 시인이 만들어준 꽃그늘 아래서는 허무도 상실도 아름답고 견딜만하고 눈이 부시다. 달디단 쓰디쓴 말씀들이 꽃이 된 탓일까.
신경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