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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 클리닉]마음속 얘기도 남에게 다 털어놓는데

입력 | 1999-10-27 17:47:00


▼문 ▼

20대 직장여성입니다. 저는 평소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은 말할 것도 없고 사소한 일까지도 다 남에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야기를 하고나면 공연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허탈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마음 속에 담아두기도 쉽지 않습니다.(서울 능동에서 한 여성)

▼ 답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솝우화도 있듯이 마음 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욕망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해야지만 우리의 정신건강이 유지됩니다.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문제는 대화상대와 시기의 적절함입니다. 대인관계에서 대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남의 말에 귀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누구나 남의 일보다는 내 문제에 더 몰두해 있어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입니다. 아마 상담하신 분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척하면서 사실은 자기 생각에 더 골몰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순간에는 누구도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반응을 보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나 자기 문제가 최우선인 법이어서 상대방이 진지하게 들어주고 크게 반응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못하면 당연히 상처를 입게 되고 쓸데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는 후회와 원망, 상대방이 그런 자신을 어떻게 볼까 하는데 대한 두려움 등이 겹쳐 오히려 마음이 더 공허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는 먼저 자기 이야기를 정말 속깊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대화상대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창순(양창순신경정신과원장)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