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할인점의 셔틀버스 운행을 둘러싸고 이해 관계자들간의 대립 양상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측은 버스 택시 등 운송업체와 중소상인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자 연말까지 셔틀버스를 30% 줄이겠다는 방침을 22일과 25일 각각 발표했다. 그러나 전국버스연합회 슈퍼마켓연합회 등 10개 단체가 결성한 ‘셔틀버스운행 근절 비상 추진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에 반발, 주요 일간지에 성명을 내고 ‘셔틀버스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서울 근교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는 있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셔틀버스 운행 실태〓셔틀버스는 지난해 할인점이 급증하면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 산업자원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전국의 셔틀버스는 백화점 1241대, 할인점 60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어난 1844대. 대책위측의 자체집계 2271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노선도 갈수록 늘어 백화점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최근에는 백화점들이 서울 도심에까지 셔틀버스를 배치하는 등 증편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립의 양상〓운송업체 중소상인과 백화점 할인점 간의 대립양상은 지난해부터 비롯돼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촉발하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경북 구미지역 운수노동자협의회는 김천시에 있는 E마트의 셔틀버스 구미 지역 운행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고 광주와 청주 울산 분당 등에서도 해당 백화점에 대한 불매운동과 항의농성이 벌어지는 등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에 대한 지역상권의 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춘천지역 시내버스 운송업체인 대동운수는 27일 춘천시에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으로 인한 피해액 12억7500만원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시에 제출했다.
▽버스회사 중소상인측 주장〓대책위측은 “백화점 셔틀버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형적인 운송 형태”라며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버스연합회의 오연택상무는 “셔틀버스 운행으로 버스 업계 매출이 30% 가량 감소했으며 문을 닫는 업체까지 생겼다”고 주장했다.
슈퍼마켓연합회의 문학휘전무도 “백화점과 할인점의 반경 4㎞ 이내에 있는 중소상점들은 부도 직전에 몰렸다”고 말했다.
대책위측은 다음달 10일까지 ‘완전 폐지’되지 않을 경우 상가철시, 버스 운행 중단 등 실력 행사를 할 예정.
▽백화점 할인점의 입장〓백화점과 할인점측은 “셔틀버스를 30% 감축하겠다고 자율 결의한 이상 추가 감축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 그러잖아도 이번 결의가 실상은 정부측의 압력에 따른 것이어서 내심 불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버스연합회 등의 눈치를 보는 정부가 만만한 백화점과 할인점만 두드리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소비자들은 대체로 “셔틀버스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셔틀버스 감축발표후 부녀회 대책회의까지 열렸을 정도.
일산에서 아파트단지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박모씨(42)는 “버스회사의 피해를 이해하지만 주민들의 편의상 셔틀버스는 꼭 있어야 한다”며 “시내버스가 구석구석까지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셔틀버스마저 줄이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진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백화점 할인점이 감축 조정을 할 경우 부유층이 사는 지역에만 셔틀버스가 몰리고 변두리 지역은 폐지되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