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향기'/마쓰바라 다이도 지음, 장희남 옮김/씨앗을 뿌리는 사람 248쪽 7500원▼
《저자는 일본의 승려로, 선학연구와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와세다대 문학부 졸업.》
‘파초 잎새에 시름 겨운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다만 그때 듣는 이의 마음이 슬퍼하는 것일 뿐.’
이 책에 나오는 선어(禪語)의 한 구절. 시드는 파초잎은 정작 무심한데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만이 서러워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됨을 뜻한다. 마음은 선(禪)의 시작과 끝.
6세기 중국의 달마선사 이후, 고금의 선어 100편을 골라 간결한 해설을 붙인 책. 맑은 문학적 향취가 전편에 가득해 가을 밤 독서로 적격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선에서의 깨달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선사(禪師)들은 말하는 순간 선이 달아나버린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사들은 문학적 상징과 비유를 즐겨 사용했다. 문자로 문자를 뛰어 넘으려면 함축적 초월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실린 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역설(逆說). ‘참된 공(空)은 공이 아니다’ ‘길 떠남은 떠남이 아니다’는 말처럼.
선사들이 어떤 식으로 깨우쳤든 이제와서 깨닫는 것은 전적으로 읽는 이의 몫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