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의 병역사항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번 병역사항 공개는 그동안 지탄의 대상이 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기피 현상을 없애는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병역사항이 공개된 고위공직자 본인과 직계비속 1만2674명 가운데 병역면제자는 1712명으로 전체의 13.5%에 그쳐 외형적으로는 일반인의 면제비율 36.5%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병역면제자들의 절반 이상이 ‘질병’을 이유로 하고 있고 특히 국회의원과 이들의 아들 손자 등의 면제비율이 높아 비리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다음은 주요 기관별 분석.
▼입법부▼
“국회의원 집안은 일반인에 비해 타고난 허약체질인가.”
29일 고위 공직자에 대한 병역사항 신고 결과 국회의원과 그 아들들의 병역면제 비율이 예상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권력과 병역면제의 함수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병역 사항이 공개된 국회의원 298명 중 병역면제자는 81명으로 전체의 27.1%에 달한다. 면제유형은 △질병 36명 △29년 이전 출생자로 병적기록부재 17명 △고령으로 인한 소집면제 14명 △보충역대상자 편입 12명 △기타 2명 등이다.
또 상당수 의원의 2세들도 ‘근시’ ‘체중미달’ ‘아토피성 피부병’ 등의 이유로 병역면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야 지도자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경우 본인은 공군대위로 전역했지만 97년 대선 때 이미 드러났듯이 두 아들이 체중미달을 이유로 면제받았다.
육군소장으로 전역한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경우 장남이 독자여서 의가사 제대했다.
▼행정부▼
각 부처 장관을 포함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19명(여성 10명 포함)중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은 606명으로 △현역 554명 △방위 52명이며 면제는 103명으로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장관(급) 28명 중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등 8명, 차관 18명 중 김경한(金慶漢)법무차관 등 5명이 군복무를 안해 면제율이 각각 30.8%와 27.8%나 됐다. 장관(급) 면제율은 전체 17개 기관 중 두번째로 높은 수치.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 정덕구(鄭德九)산업자원부장관은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대기상태에 있다가 나이가 많아 소집면제됐고 김성훈(金聖勳)농림장관은 근시 판정으로 면제, 진념장관은 구체적 사유없이 질병으로 면제됐다고 기록됐다.
1급 이상 공직자는 대체로 본인보다 아들의 병역 이행률이 높아 본인은 신고대상 719명 중 면제자가 14.3%였으나 아들 795명 중 면제는 9.9%(79명)에 그쳤다.
▼법원 검찰▼
판검사 본인의 병역면제율이 17개 기관중 낮은 편이었고 특히 자녀는 전체적으로 가장 낮아 법집행을 하는 집단답게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법관 106명(여성 1명 포함)중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은 86명(방위1명 포함). 면제자 19명중 질병으로 인한 면제는 14명인데 대부분 눈이 나쁜 경우였다.
검찰은 검사장급과 일반직 1급 이상 등 48명 가운데 39명이 복무(방위1명 포함)를 마쳤고 면제자 9명 중 질병 4명은 법원처럼 안과질환.
▼병무청▼
국회의원과 함께 병역기피 의혹이 높은 기관으로 나타났다. 신고대상인 4급 이상 직원 50명 중 본인의 면제율은 4%로 현역 장성이 대부분인 국방부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
그러나 병무청 직원 아들 49명 중 현역 복무는 29명 뿐이고 나머지는 방위나 공익요원이 11명, 면제가 9명이었다. 면제율 18.4%는 전체 기관중 두번째로 높다.
면제사유로는 체중과다, 척추디스크, 인대파열 등 질병이나 신체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간부중에서는 정병호 기획관리관과 이여성 서기관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정기획관리관은 61년 보충역 판정을 받고 장기대기 상태에서 40세를 넘겨 병역의무가 없어졌고 이서기관은 5년간 징집영장이 안나와 소집면제됐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