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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재참사 문제점]술집 폐쇄명령 "하나마나"

입력 | 1999-10-31 19:59:00


영업장 폐쇄명령을 받은 호프집이 어떻게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었을까.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사망자 55명 중 54명이 영업장폐쇄명령을 받은 ‘라이브Ⅱ 호프집’에서 숨진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경찰과 관할구청의 ‘봐주기 지도감독’이 참사를 유발한 것으로 지적됐다.

문제의 호프집은 올 7월부터 김모씨(33)가 운영해왔으나 지난달 22일 관할 인천 중구청이 폐쇄명령을 내린후에는 누가 영업을 해왔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미성년자 출입사실을 적발, 16일 중구청에 통보했다.

그러나 이 호프집은 폐쇄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버젓이 미성년자들을 끌어들여 영업을 해왔으며 사고발생 사흘 전인 27일경 중구청의 단속사실을 미리 알고 손님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30일 이번 화재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양(18)은 “27일 오후 4시경 이 호프집에 있는데 한 종업원이 갑자기 ‘단속이 나오니 나가라’고 해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류상으로는 이날 중구청 직원 2명이 이 호프집의 영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나갔던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당시 중구청 직원들은 이 호프집이 폐쇄명령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며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문제의 호프집은 평일에는 영업을 않다가 주말에만 영업을 하는 수법을 사용해온 것 같다”며 “영업을 할 때엔 정문을 닫은 채 교묘히 해 적발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관할 인천 중부경찰서측은 “폐쇄명령을 받은 업소의 경우 관할 구청이 위반 여부를 적발해 고발을 해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데 이 호프집의 경우 고발조치가 안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감독기관은 문제업소 지도감독 등 기본적인 업무조차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과 관할구청이 이 호프집에 대한 지도감독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 참사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참사는 행정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박정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