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이나 2일쯤 모든 걸 ‘오픈’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삼성 전수신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정환감독의 거취문제는 1일이나 2일 결판이 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1일.삼성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엔 서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돼 있다.
‘서감독이 초임감독으로서 경험부족을 느끼고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자 전수신사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구단에서 경질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그러면 1일 모든 걸 ‘오픈’하겠다고 한 삼성에선 이날 서감독이 사퇴의사를 밝힐 것임을 미리 알았다는 얘긴가?
이쯤되면 구단에서 사실상 사퇴를 강요했다는 게 정답이란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서감독은 1일 아침 전사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당신이 먼저 물러나겠다고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 하는 정도의 통화가 오고 갔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끝까지 버티는 것은 어려운 일.바로 구단이 노리는 부분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선 이런 식으로 사람을 내모는 게 유행이 되버린듯 하다.LG 천보성감독도 올시즌을 마친 뒤 구단의 회유와 압력에 못이겨 옷을 벗었다.“함께 관두겠다”고 한 사람은 지금 축구단장으로 있다.
물론 감독은 지휘봉을 잡는 순간 ‘단두대’에 서는 게 운명이다.하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책임을 감독에게 뒤집어 씌우는 구단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니 영 입맛이 쓰다.
“2년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짤린’ 감독 있나 한번 찾아봐달라”는 서감독의 목소리엔 삼성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사람은 올 때뿐 아니라 갈 때 잘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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