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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룡의 환상세계]'슬램덩크' '힙합'의 성공이유?

입력 | 1999-11-01 19:07:00


스포츠는 만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돼 왔다. 경기 자체가 지니는 재미 외에도 라이벌과의 숨막히는 경쟁, 박진감 넘치는 승부, 동료간의 갈등과 우정 등 인간 드라마까지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가 만화의 소재로 애용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 야구 권투 등 현실에서도 인기 스포츠가 만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종목 자체가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만화도 인기를 얻기 쉽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

하지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이들 종목을 소재로 한 만화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식상해 있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삼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기의 규칙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를 주기 힘들다.

머리를 조금만 쓰면 해결책이 보인다. 90년대 일본의 최고 히트작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식 만화를 그리면 된다. 슬램덩크가 연재될 무렵, 일본에서 농구는 마이너 종목이었다. 작가인 이노우에는 농구의 기본 규칙에서 고난도의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잘 모를 만한 부분에 대해 중간 중간 설명을 붙였다. 만화에 주석을 다는 일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슬램덩크’에서는 만화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설명도 그림으로 처리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현재 7권까지 나와있는 우리 만화 ‘힙합’(김수용)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 힙합문화와 그 한 축인 브레이크 댄스의 여러 가지 용어들. 이를테면 ‘암 웨이브’‘헤드 스핀’‘토마스’‘터클’‘쇼다운’ 등을 대사 또는 지문 등이나 별도의 그림 주석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힙합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며 볼 수 있게 했다.

교육용 만화를 그린다면 어떤 것도 만화의 소재가 된다. 오히려 그런 소재가 신선함을 줄 것이다.

김지룡〈신세대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