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래시. 이 꿋꿋한 콜리종 개는 1938년 에릭 나이트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에 기고한 단편 ‘래시, 집으로 돌아오다’에서 처음 데뷔한 이후 우리를 대신해서 끔찍한 일들을 연달아 겪었다. 총에 맞은 적도 있었고, 도난을 당한 적도 있었으며, 절벽과 광산에 갇힌 적도 있었다.
그러나 래시는 말없이 헌신적으로 이 모든 일을 감내했다. 개지만 인간의 친구인 래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다. TV 시리즈에서 래시는 야생마를 길들인 적도 있었고, 꼬마 주인의 숙제를 도와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래시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최고의 임무는 우정에 대한 인간의 이상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래시처럼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과 보기 드문 용기를 보여준 개는 이전에도 아주 많았다. 그러나 래시는 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20세기의 이상을 충실하게 구현한다. 1000년 전, 개들은 대부분 사람들과 함께 사냥을 나가거나, 양을 몰거나, 집을 지키거나, 해충을 제거하는 데 이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양치기 개나 사냥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친구일 뿐이다.
주인을 대신해서 총을 맞고, 주인을 눈사태와 산불에서 구해주는 래시만큼 충실한 친구가 또 어디 있을까? 게다가 래시는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온다. 과연 인간 중에서 래시 같은 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album―lassi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