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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연우무대 '락희맨쇼'

입력 | 1999-11-03 19:54:00


극단 ‘연우무대’는 역사가 깊다. 20여년간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 인재들을 배출해온 이 극단은 ‘칠수와 만수’‘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등 사회적 풍자성이 강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올들어 30대 젊은 연출자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작품 색깔이 크게 달라졌다. ‘머리통 상해사건’ ‘풀코스 맛있게 먹는 법’ 등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중적인 작품들로 무대를 채우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세대 겨냥 풍자없는 코믹극▼

14일까지 공연되는 ‘락희맨쇼’는 연출자 최우진의 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자고 작정한 연극’이다. ‘만화세대’인 젊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관객을 웃겨준다.

주인공은 냄비처럼 열 잘받는 남자 ‘나다’와 소심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너두’. 마시면 슈퍼맨처럼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는 신비의 ‘기린 소주’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결국 락희맨의 도움으로 너두가 지고지순한 사랑맺기에 성공한다는 결말.

▼장면들마다 상상력 기상천외▼

소극장의 좁은 무대는 천상과 지상의 놀이공원으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으로 가능한 여러 효과들이 차용된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아줌마, 번개 맞은 머리로 쓰레기통에서 등장하는 장물귀신, 스톱모션과 슬로우모션 등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은 젊은 관객의 웃음 코드를 쉴새없이 자극한다.

다만 풍자가 제거된 오락성만의 추구가 연우의 ‘전통’과 어떻게 연결될지 관심거리다.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 평일 7시반, 토일 4시반 7시반. 1만∼1만2천원. 02―744―7090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