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해 뜨는 모습은 이렇다.
여명속에서는 그렇게 뜸들이던 해가 모습을 드러낸 후에는 그리도 빨리 하늘로 오른다. 조금은 허망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알 사람은 안다. 아침해가 땅위로 ‘납시기’ 위해서는 제 한몸 불살라 해무(海霧)와 운무(雲霧)를 예열하여 붉게 물들이며 준비한다는 사실을.
동그란 해의 자태가 완벽하게 드러난 해돋이를 보기란 쉽지 않다. 이 정도면 도박처럼 운도 따라야 한다. 바닷가에 오래 산 사람조차도 이런 해돋이를 볼 확률은 3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동해안은 어디에서고 해돋이 감상이 가능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강원 양양군 낙산사의 해돋이는 바다와 수려한 해안, 그리고 낙낙장송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또 바다와 기기묘묘한 바위, 갈매기와 깨끗한 모래사장이 절묘하게 어울린 강원 동해시 추암해안에서도 멋진 일출이 펼쳐진다. 촛대처럼 생긴 기이한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모습. 우암 송시열은 추암의 해돋이를 보고는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고 적었다. 촛대바위 주변의 바다는 그 모습이 수시로 바뀐다. 파도 거친 날 흰거품에 가릴 때는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닯고 파도 잔잔한 날에는 심산유곡에 숨겨진 선녀탕의 비경을 연상케 한다. 이 추암 촛대바위 일출은 한동안 극장에서 영화상영 직전 틀던 애국가연주필름의 배경영상으로 등장했다. 덕분에 주말과 공휴일에는 촬영인파로 꼭두새벽부터 붐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서해안에서도 동쪽바다위로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의 왜목마을이다. 올해마지막날이곳에 가면 천년의 해넘이와 새즈믄 해돋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왜목마을은 짐승의 꼬리처럼 길다랗게 서해바다로 뻗은육지의끝에있다.바다가왜목마을 동편에 있어 여기서 바다위로 뜨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옅은 해무속에서 돋는 해를 감상할 수 있는 남해의 보리암, 여수 돌산도 향일암의 명소중 하나다.
이홍환(한배달여지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