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람들의 보편적인 장례의식은 천장(天葬)이다. 독실한 라마교 신자인 그들은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 남은 자신의 육신마저 독수리에게 기꺼이 보시(布施)하고 싶어한다. 물론 모두가 천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이 높은 고승들은 화장을 하기도 하지만 나무가 부족한 고산지대여서 호사스러운 장례라고 한다.
장례문화는 이처럼 지역마다 다르지만 정작 망자 스스로에게는 의미 없는 의식일 뿐이다. 다만 살아 있는 이들의 ‘효심’과 사회적 체면을 과시하기 위한 마당이 되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매장이 보편적인 장례풍습이 된 것은 유교적인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온대몬순지대에 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인 나라에서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새 천년을 맞이하는 지금 매장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풍습이 될 수 없다. 국민 1인당 주거공간이 4.3평이라는 초고밀도 세상에 1인당 묘지면적이 19.35평이라니,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사는 자리를 더럽히지 않는 것이 아름답게 사는 인생이라면 그 마지막 길을 훌훌 털고 가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유산을 남기지 않는 게 자손에게 가장 훌륭한 유산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소임을 다한 육신에 집착하여 내 후손이 살아갈 자리를 축내는 어리석음일랑 이제 그만 던져버려야 한다.
김승정(SK상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