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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문건 파문]여야 제 갈길로…국회는 어디로…

입력 | 1999-11-03 20:03:00


‘언론대책문건’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3일 ‘단독국회 불사’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당8역회의에서 “야당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국민의 동의를 얻은 뒤 국회에서 할 일을 하겠다”며 단독국회 강행의사를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던 국민회의가 이날 단독국회 강행 쪽으로 태도를 정한데는 민생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야당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내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행이 이날 “정국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장외를 돌고 있는 야당을 기다리면서 마냥 국회를 마비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예산과 법률안을 심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는 2일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각 상임위와 예결위 활동을 통해 새해예산안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장외투쟁으로 방향을 틀면서 상임위 불참을 선언, 당분간 국회 공전(空轉)은 불가피한 상태다.

따라서 여당의 고민은 장외로 나선 야당을 언제까지 기다려준 뒤 단독국회를 강행하느냐 하는 점이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이와 관련, 야당을 기다릴 수 있는 마지노선을 이번주까지로 잡았다. 박총무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이번주까지는 야당의 출석을 기다려보겠지만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여권은 ‘특단의 조치’로 일부 상임위와 예결위를 여당단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 같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 공전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장기간의 국회 공전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상임위 등 원내에서 대여(對與)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일 한나라당의 부산 장외집회 이후 여야 간 막후접촉을 통한 타협이 도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