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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대통령 광주방문]"정치가 발전의 발목 잡고있다"

입력 | 1999-11-03 20:03: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일 ‘정치적 본거지’인 광주를 3개월여만에 다시 찾았다. 주목적은 광주제일고에서 열린 ‘99 학생의 날 및 학생독립운동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35년만에 대통령 참석▼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35년만에 이뤄진 기념식 참석의 의미에 대해 “20세기 마지막 ‘학생의 날’을 계기로 청년들의 자유와 정의에 대한 의지를 발전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제일고에 도착, 먼저 학생독립기념탑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사회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일제하 광주학생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학생들이 선두에 서서 이룩한 업적”이라고 치하했다. 김대통령은 “청년학생 여러분은 선배들이 70년전에 보여줬던 역사의 개척자로서의 전통을 가슴깊이 이어가라”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연설 도중 “학생운동 참가자들에 대해 한없는 감사와 찬양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며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학교문을 나서다 시민들이 연도로 몰려들자 차에서 내려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중선구제 꼭 해야"▼

김대통령은 이어 무등파크호텔에서 가진 오찬에서 고향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

“정치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의 책임도 크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인사나 예산을 아무리 공정하게 해도 국민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바로잡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선거는 반드시 지역선거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유산을 남기고 싶지 않다.”

▼지역민심에도 신경▼

김대통령의 이번 광주 방문에는 예전같지 않은 ‘민심’을 추스르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듯 했다. 오래전부터 ‘역(逆)차별론’과 함께 형성된 민심이반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관계장관들을 대거 대동하고 각화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것이나 이기호(李起浩)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게 전남북 지역의 내년도 주요사업설명회를 별도로 갖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