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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린 與野…국회정상화 아득

입력 | 1999-11-04 19:20:00


한나라당이 4일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정권 언론자유말살 규탄대회’에서 ‘언론대책문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회를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한나라당이 내세우고 있는 국회정상화의 전제조건은 현 정권의 언론장악음모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즉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폭로한 ‘언론대책문건’의 실행 여부에 국정조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작성해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에게 보낸 이 문건을 이부총재조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행 여부를 규명하자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따라서 국정조사는 문건 폭로과정 규명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의 이같은 시각차는 증인 조사기간 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나라당은 언론정책 결정 및 언론사 내사 등과 관련이 있는 청와대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문건 폭로과정에 깊숙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총재와 정형근의원의 증언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야의 견해가 이같이 현격한 차를 보임에 따라 현재 국정조사 조건 절충을 위한 여야의 막후접촉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 따라서 여야가 조만간 국정조사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국회정상화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계속 국회를 거부할 경우 내년 예산안 심의뿐만 아니라 선거법개정안 등을 단독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여당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변경하는 선거법개정안을 단독처리할 경우 강력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