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새의 깃털을 땅에 꽂아 놓았는가.’
한 시인은 하얀 억새와 수줍게 고개숙인 갈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옷깃을 파고드는 늦가을의 소슬 바람, 일렁이는 강물, 여린 바람결에도 몸을 뒤척이는 갈대….
이번 주말엔 갈대숲 사이를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면 어떨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 한강변에서도 무성한 갈대와 억새밭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한강시민공원 5곳에 조성▼
요즘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 반포지구 이촌지구 여의도지구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등 5곳은 억새와 갈대가 한창이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강동구 천호대교 옆 광나루지구의 한강순찰대 건물과 모형비행장 사이 2만5000여평의 대지에 조성된 갈대 억새밭.
4일 오후 기자가 이곳을 찾아보니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차량소음만 뺀다면 시골의 억새숲 못지 않게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밭 안에 닦아놓은 S자 모양의 관통로에 접어드니 풀 냄새가 물씬 코를 찔렀다.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유난히 맑고 깨끗한 코발트 빛 강물에 내장(內臟)까지 푸르게 착색되는 듯 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지구 국회의사당 주변도 요즘 억새 일색이다. 들녘 분위기가 가장 짙게 배어나는 시간대는 오후4시경부터 석양때까지. 뉘엿뉘엿 저무는 태양의 역광을 받으며 한들거리는 억새는 화사한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 억새밭 사이로 탁트인 한강과 국회의사당 63빌딩 서강대교 등 거대한 조형물을 감상하는 맛도 색다르다.
▼도심 경관과 색다른 어울림▼
반포지구 철탑 옆과 이촌지구 거북선나루터,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주변의 억새밭은 넓진 않지만 강과 밭 사이로 난 보도를 걷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진다.
시민공원 갈대숲과 억새밭 주변엔 대형 주차장이 여러 곳 있다. 평일(오전 9시∼오후 7시·시간제한 없이 소형 2000원, 중형 4000원, 단 여의도지구는 처음 30분 1100원, 초과 10분당 300원)에만 주차료를 받는다. 반포지구는 평일에도 무료다. 문의 한강관리사업소 녹지과(02―3780―0781∼3).
〈서정보·이명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