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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천년의 인간]안젤리나 졸리

입력 | 1999-11-04 19:54:00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영화에서 퇴폐주의를 상징하는 것은 커다란 입술과 가슴, 그리고 커다란 엉덩이를 가진 여자들이었다. 에바 가드너, 아이다 루피노, 리타 헤이워드 등이 바로 그런 여배우들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왔던 금발의 여배우 아니타 에크버그만큼 퇴폐주의를 잘 나타낸 여배우는 없었다.

현재의 여배우 중에도 에크버그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신인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퇴폐적인 여배우로서 상당히 유망한 자질을 보이고 있다.그녀의 야한 기질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 존 보이트는 영화 ‘미드나이트 카우보이’에서 남창 역할로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스크린 밖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행동 역시 퇴폐적인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비키니 라인 바로 밑에 문신을 했고 스무 살 때 신랑의 이름을 피로 쓴 블라우스를 입고 자신의 결혼식장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녀에게 퇴폐주의의 상징이 될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그녀의 행동이나 영화 속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그녀의 입술이다. 전혀 성형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는 그녀의 입술은 영웅적이며 터무니없을 정도로 풍만하다. 그녀의 입술은 소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입술, 즉 토머스 하디의 ‘귀향’에 나오는 유스타시아 바이의 입술을 연상시킨다. 하디는 이렇게 썼다. “그 입은 말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가늘게 떨리기 위해서, 가늘게 떨리기 위해서라기보다 키스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album-joli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