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무엇을 원하는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질문에 여성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어두운 대륙’이라고 답했지만, 20세기 영화 속의 여성들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 총들고 스크린 활보 ▼
60년대에 세계를 휩쓴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아 서서히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던 여성들은 이제 총을 들고 스크린을 활보하고 있다.
영화속의여성전사는 20세기에 만개하기 시작한 우먼파워의 극단적인 한 상징.
4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필름 누아르(범죄 영화)에서 여성은 요부(妖婦)의 이미지로 멋지게 총을 잡고 남성을 파멸시키지만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에이리언’시리즈(79, 86, 92, 97년) 이후 여성은 영화의 강력한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영화속의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는 상업 영화에서 선을 보인 최초의 여성전사.
탐욕스러운 남근(男根)을 연상시키는 괴물 에이리언과 맞서 싸우는 리플리는 에이리언 새끼를 뱃 속에 넣은 채 용암 속에 뛰어들고, 자신을 엄마로 착각하는 에이리언을 가차없이 죽이는 괴물같은 ‘엄마’이기도 하다.
‘터미네이터2’(91)의 엄마(린다 해밀턴 분)도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리스트 훈련을 받는 전투적인 모성을 보여준다.
인간 살인병기 ‘니키타’(90),유조차를 폭파하고 질주하는 ‘델마와 루이스’(91)를 거쳐 여성전사들은 90년대 후반 들어 은행을 터는 흑인 여성들(‘셋 잇 오프’·96), 전쟁터에 뛰어든 중국 소녀(‘뮬란’·98) 등 ‘변방’으로까지 확대됐다.
▼ 미래엔 더 섹시해질듯 ▼
2000년을준비하는 할리우드의 프로젝트를 훑어보면 여성전사들의 활약이 미래에는 더욱 두드러질 듯하다.
소니사는 카메론 디아즈 등 스타급 여배우들이 여성전사로 출연하는 ‘찰리의 천사들’을 준비 중이고, 파라마운트사는 강한 여성 라라 크로프트가 주인공인 게임 ‘툼 레이더’를 영화로 만든다.
미래의 여성전사들은 이전보다 더 섹시하고 덜 위협적으로 그려진다.
할리우드는 20세기의 우먼파워를 일정하게 반영해 만들어낸 여성전사의 거친 이미지를 이제 바꿀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