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인형을 처음 만든 자는 후손이 없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그러나 이미지를 먹고 사는 현대인은 장난감 인형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배우고 삶의 의미까지 발견한다.
공자의 문법을 뛰어넘어 장난감을 통해 인간에게 우정을 가르쳐 준 영화가 ‘토이 스토리’였다. 그 속편인 ‘토이 스토리2’ 시사회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레스트극장에서 열렸다.
▼ 전편보다 생동감 넘쳐 ▼
제작사인 디즈니의 ‘기술과 휴머니즘의 결합’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어른들의 지혜를 갖춘 인간’의 환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전편 ‘토이 스토리’에 비해 훨씬 생동감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우주경비대원 ‘버즈’가 현란한 컴퓨터게임을 벌이는 첫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난감들은 단조로운 앤디의 집에서 나와 자동차가 질주하는 거리, 대형 장난감 매장, 승강기 통로, 공항의 화물칸, 활주로 등을 누비고 다닌다. 곳곳에서 ‘스타 워즈’ ‘쥬라기 공원’ ‘석양의 무법자’ ‘스피드’ 등을 패러디했고 그 아이디어를 3D(삼차원)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낸 것은 역시 세계 최고라는 제작진의 기술 덕택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화제는 누가 뭐래도 여자 카우보이 ‘제씨’의 등장이다. 제씨는 당나귀 ‘불스아이’, 노인 ‘프로스펙터’와 함께 50년대 인기 TV시리즈 ‘우디의 가축몰이’에 등장했던 우디의 옛 친구. 사내아이처럼 건강하고 힘차면서도 옛 주인에게서 버림받았던 아픈 추억을 간직한 채 우디와의 옛 정을 그리워하는 여린 가슴의 소녀다. 감독 존 래스터는 그를 통해 전편의 캐릭터들로는 만들어내지 못했던 장난감의 다양한 감정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 '스피드'등 패러디 볼만 ▼
영화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버즈의 컴퓨터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장난감들의 존재론적 고민을 거쳐 우디가 옛동료 제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우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것으로 끝맺는다. 아이가 어른의 지혜로 행동하면 ‘영악함’일 수 있지만, 장난감이 지혜롭다면 기특한 ‘현명함’일 수 있다. 험난한 세상에 어른이 지나치게 순수하면 덜떨어진 ‘미숙함’으로 매도될 수 있지만, 장난감이 순수하다면 ‘미덕’이 될 법하다. 어린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지혜를 갖춘다면….
▼ 우정과 사랑 일깨워 ▼
있을 법하면서도 존재하기 어려운 뭔가를 보여줌으로써 간접경험을 통한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 영화의 기능 가운데 하나라면, 장난감에게 ‘생명’ ‘현명함’ ‘미덕’을 불어 넣은 새 영화 ‘토이 스토리2’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셈이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속된 어른들’과 ‘순수한 아이들’은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며 탄성을 지르다가 끝내 일어나 환호했다. 국내 개봉은 12월18일.
〈로스앤젤레스〓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